우산[傘]은 예부터 신분이 귀한 사람들의 햇볕과 비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권위라는 상징성이었죠. 아무나 산[傘]을 쓸 수 없었기에 산은 곧 품격이자 지위를 뜻했습니다.
지우산은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에서 발전했습니다. 대나무로 살대를 만들고, 기름이나 밀랍을 먹인 한지로 비를 막았죠. 양반 이상의 계급이 사용했고, 하인들이 옆에서 산을 들거나 천막처럼 펼쳐서 햇빛을 가렸습니다. 장가가는 신랑, 과거시험을 보는 양반, 가마를 타고 행차하는 모습 등에서 한국의 지우산[紙雨傘]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상은 변해버렸습니다. 지우산을 몰아낸 비닐우산마저 폴리에스테르 천우산에 밀려났습니다. 두 세대나 '뒤쳐졌다' 생각된 지우산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졌습니다. 상품성과 실용성이 낮은 지우산, 과거의 산물로만 취급되어 온 지우산. 이것이 근래까지 지우산의 위치였습니다.
"실용이 아니죠, 부채 역시 실용품이었지만 이제는 예술품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산도 마찬가지예요. 단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생필품인지 예술품인지, 혹은 그 둘 다인지 달라지는 거거든요."
전승될 수 있는 것은 단지 기술뿐만이 아닙니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 지우산은 그동안 일본과 중국 예술품으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실전되어버린 제작 기술을 기억하고 있던 윤규상 장인의 손끝에서 '한국의 지우산'은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전통미를 간직한 채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화려한 예술성을 얹어낸 지우산은 새로운 예술품으로 가치를 조명 받고 있습니다.